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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다 해주고도 마음이 허전한 부모.

write84063 2026. 8. 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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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차 한잔을 마셨다.
나보다 두 살 어린 친구다.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처음에는 그저 차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려고 만났다.
그런데 친구가 조심스럽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딸과 5년째 만나지 않고 지낸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젊었을 때부터 자식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자식들에게 부족한 것 없이 해주고 싶어서 자신의 몸이 힘든 것도

참고 돈을 벌었다고 한다.
딸이 전문대에 갔을 때도 학비를 마련해 주었다.

더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학원도 보내주었다.
결국 4년제 대학까지 마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주었다고 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하니 영국에도 보내주었다.
또 다른 공부를 한다고 하니 이탈리아까지 보내주었다고 한다.

친구는 그때는 힘든 줄도 몰랐다고 했다.
“내 자식이 잘되는 게 내 행복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고 한다.
자식이 공부하는 동안 자신은 돈을 벌고 또 벌었다.

자식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떻게든 마련해 주었다.
결혼할 때까지도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딸과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낸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참 무거웠다.
나는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한다.
내가 조금 덜 먹고,
내가 조금 덜 입고,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자식이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한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자식이 커지고 부모가 늙고 나면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기도 한다.
자식에게 많이 해주었다고 해서 반드시 자식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
얼마나 좋은 학교를 보냈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해주었는지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결정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생각해 보니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돈만이 아닌 것 같다.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들 때 들어주는 마음.
서로의 삶을 존중해 주는 것.
그리고 가끔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그런 것이 오히려 늙어가는 부모에게는 더 큰 선물이 아닐까.
친구는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나는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긴지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자식에게 많은 것을 주고도 마음이 허전할 수 있다는 것.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았는데 정작 늙어서는 혼자 마음을 달래야 할 수도 있다는 것.

오늘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식에게 무엇을 얼마나 해주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서로에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느냐인지도 모르겠다.

부모도 늙는다.
자식이 아무리 소중해도 부모에게도 남은 삶이 있다.
이제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나 자신은 뒤로 미루기보다,

부모도 자신의 마음을 조금은 돌보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 친구와 마주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들었던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자식에게 다 해주고도 마음이 허전한 부모.
그 마음을 누가 다 알 수 있을까.

  •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부모의 마음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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